*아래 글은 제 브런치에서 블로그로 이관한 글입니다*
People don’t have ideas.
Ideas have people.
사람들이 사상을 갖는 게 아니다.
사상이 사람들을 점유한다.
-Carl Jung
칼 융-
<목차>
1. 철학의 영향
2. 주관적 경험
1) 내가 경험한 공산주의
2) 자본주의 대표 국가에서의 삶
3) 다시, 계몽? 다시, 공산주의!
3. 공산주의: 경제모델의 차이인가?
1) 자본주의
2) 공산주의의 시초(?): 칼 맑스
4. 시인 맑스: 잘 알려지지 않은 글들을 살펴보다
1) 청년 맑스의 시
2) 편지: From Marx & To Marx
3) 맑스의 '친구들'
4) 칼 맑스의 사생활
5. 공산주의와 종교
6. A Total Life Inspection: 문장 하나 말고 철학자의 삶을 살펴보기
7. 에필로그: 우리 삶에 녹아든 철학
- 맑스주의는 끝난 걸까: 문화적 맑시즘의 발아?
1. 철학의 영향
지난 글에서 문화가 사람들의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시대의 문화 속 창작물에 담겨진 철학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다.
이번 글은 거기서 이어진다. 철학이 개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서 시작해보려한다.
학문으로서 너무 어렵기만 한 것 같은 철학.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아무도 안 궁금해할 질문을 진지하게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의 단어이다.
하필 대한민국에서는 ‘철학관’이라는 이름의 간판을 단 곳에서는 이름을 짓는다거나 ‘주역’과 ‘사주팔자’를 보는 곳도 있어 철학이란 단어의 뜻이 더 혼란스럽기도 하다.
우선 안심해도 될 부분.
나는 이 글을 통해 어떤 철학을 개념적으로 설명한다거나 철학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철학에 대해 일상생활 속에서 들을 수 있는 내용은 이렇다:
난 철학에 관심 없는데?
전 딱히 철학이 없어요.
제 목표는 ㅇㅇ세까지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겁니다.
그 사람 멋있잖아요. 확고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우선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철학 없이
혹은 철학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건 가능한가?
일단 철학가들은 일반대중이 철학에 관심이 없는 것에도 철학적인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건 차치하자. 철학은 개인의 일상 속의 선택에서부터 경제 사회나 국가체계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원시불교와 같이 철학에 가까운 사상체계를 포함시키고, '기독교철학'이란 단어까지 포함시키면 철학의 범주 안에 종교를 집어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더더욱 철학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엔 힘이 실린다.
그래서 위 질문의 답변은 "불가능하다"가 된다.
아주 소수의 사람이 아니고서야 철학이란 주제가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취미‘나 ’열정‘의 분야라고 말하는 이는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다. 대학 전공을 선택해야 할 때, 철학과는 염두에 둔 적이 없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어 살아갈수록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철학을 마주하게 되는 걸 발견했다. 드러나지 않고 숨어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큰 질문을 맞이할 때 마다 그 영향을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에 철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삶에 맞닿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역 속에 숨어 있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2. 주관적 경험
(1) 내가 경험한 공산주의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언급된 민주주의를 배우다가 6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중국으로 '이사'를 갔다.
난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산주의' 국가로 이사를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중국친구들의 시선에서 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온 외국인이었다.

학생들은 '홍링진红领巾' (Pioneer Tie)이란 것을 메야했다. 한국에선 '빨간 마후라'를 연상시킬 이 '패션아이템'은 '소선대원少先队员'의 중요상징이다. (나름대로 명예로운 아이템이고 문제아들은 착용못한다)
중국에선 이 '홍링진' (빨간손수건) 이 중국의 국기의 한 구석을 대표한다고 하고, '혁명선열'들의 피가 물들어 있다고 한다. 소련에선 그 삼각형 모양에 대해 '지식, 우정, 완벽'의 뜻을 더한다. 그걸 메고 ‘국기에 대한 경례’ 시간에 나는 아무 것도 없이 아무 동작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내 ‘민주주의’를 ‘수호’했다. .

중국에서는 '사상정치思想政治'라는 수업이 있었다. 외국인으로서의 나는 처음엔 그걸 '세뇌'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듣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졸업시험, 중학교 졸업시험 등 시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보니 학생으로서 모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상정치' 수업의 내용도 듣기 시작했었다.
난 그 때까지 중국이 공산주의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교과서에서 중국은 사회주의국가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공산주의국가는 '최종 이상향'이고 사회주의는 그 길로 향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마르크스/맑스, 레닌, 엥겔스 등의 이름을 중국어 한자로 먼저 만난 나는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그저 사람 사는 세상의 한 체계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반 대중들은 태어난 국가의 시스템에 맞춰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사상의 차이에 대해서 부각시켜봤자 교우관계에 도움이 될리도 없었다.
마침 내가 처음 겪은 중국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소평[鄧小平[덩샤오핑]]이 닦아놓은 길을 걷기 시작한 상태였다. 지금은 칭다오가 관광도시로 예쁘게(?) 개발되어 해안도로가 제법 운치가 있지만, 내가 살던 시절엔 그저 공사판의 연속이었다.
중국에서의 삶을 시작한 그 다음 해, 등소평은 사망했고 나에게 중국어를 가르쳐 주던 과외선생님은 정말 하염없이 울었다. 국가의 한 인물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 감정을 표현하는 선생님이 이해되지 않았다.
중국에선 리더십계층(?)의 '높은 사람'들의 비평이 없다.
과실은 가르치지 않는다.
미담만 잔뜩 배웠다.
지금도 중국 검색엔진에서는 X에 대해 '이혼'을 검색해봐도 아무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교과서에는 연구원들이 늦은 밤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잠들었는데 돌아다니던 주은래[저우 언 라이] 총리가 옷을 덮어주었다는 일화를 읽은 기억이 있긴 하다. 덩샤오핑도 뉴스에 나온 모습으로는 시골에서 마주칠 수 있을 법한 정겨운 할아버지였다.
고등학생 때는 북경에서 보냈는데, 학교 친구의 아버지가 미국으로 망명한 이유를 듣다가 처음으로 '문화대혁명'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중국에서 4년 넘게 사는 동안 넓고 넓은 천안문광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거다. 그 광장에 있는 커다란 그림 속 모택동/마오 쩌뚱의 통치 하에 중국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 당시 사춘기 소년를 해외에서 겪고 있던 와중에 환경에 대한 적응과 나의 생존이 최우선이었다.
돌아보면 6학년 2학기에 시작된 중국에서의 삶은 사회주의국가에서 선호하는 철학이 버무려져 유물론적 사상이 공기 중에 가득했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한 크리스마스도 중국에선 그저 12월 25일에 불과했고, 난 크리스마스에도 학교를 갔다. 그래도 난 유물론이 뭔지 관심도 없이 시험 문제의 빈칸으로서의 답으로만 다가왔다.
중국어 한자로 쓰여진 马克思[마커스]로 발음되는 맑스가 어떤 사람인지도 관심이 없었고, 그를 언급하면 꼭 세트로 따라다니는 恩格斯[언거스] '엥겔스'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몰랐다. 유일하게 역사관이 부딪히는 6.25 전쟁/사변 (그들은 '조선전쟁'이라 부른다)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진작에 포기했다.
그렇게 나는 공산주의든 사회주의에 대한 감상은 깊이가 없었다. 아니, 흥미도 없었다.
'그저 모든 민중이 평등하게 같은 걸 누리라고 하는 건가 보다'
'그래. 의도는 좋았는데, 인간의 본성 속 잠재적 악을 무시해서 결과가 좋을리가 없지'
단순히 그게 전부였다.
(2) 자본주의 대표 국가에서의 삶
난 중국에서의 삶의 염증을 느껴 별 열정과 열망 없이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친구분께서 알려주신 매일경제 신문의 광고에 나온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다. 소정의 신청비와 항공비용을 내고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거주비는 없었다.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호스트 패밀리는 나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고1을 마치고 도전했던 고등학교 2학년의 삶은 미국 텍사스 주의 공립학교에서 보냈다. 내가 지내던 인구 3000여명의 작은 '마을'이 미국을 대표할 수 없지만, 내가 경험한 2000년대의 미국에서의 삶은 실용주의, 개인주의가 보편적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고등학생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을 할 기회는 없었다.
학교 생활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아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었다:
1. 선생님이 학생에 대해 강력한 통제권이나 권위가 없어보였다는 것이다. 선생님에 따라 나를 Mr. 를 붙여 호칭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학생은 숙제를 안한 이유를 묻는 선생님에게 ‘because I’m lazy’라고 했으니. 학생이 교사에 대한 ’공경‘도 유교문화권과는 결이 달랐다.
2. 역사선생님이 보여준 불과 미국의 지난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였다. 팽글팽글 도는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쓴 할머니 선생님은 U.S History 시간에 과거 미국이 잘못한 것들이 나올 때마다 신랄하게 비판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3. 크리스천인 친구들은 아침에 어느 구석에 모여 함께 무슨 모임을 했는데, 학교라는 공간에서 그런 걸 하는 게 신기했다. 중국과 달리 이 곳엔 종교의 자유가 있었다.
이런 것들은 학생으로서 중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신선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01년 9월 11일.
컴퓨터 수업시간이었다. (프로그래밍은 아니고 워드나 엑셀 등을 가르치는 '비지니스 ㅇㅇㅇ'어쩌구)
담당선생님은 왜인지 교실에 있는 TV를 틀어놓으셨다.
당시 난 아직도 미국에서 보내는 첫 학기에 적응이라 정신없는 교환학생이었다.
아무리 회상해봐도 놀랐다거나 걱정했던 기억은 없다.
어렴풋이 남은 기억들은 뉴스 화면의 장면이 있는 영화를 틀어놓은 건지, 고층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장면.
할머니께서 장손이 있는 미국에서 테러사건이 있었다며 걱정하시더라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았던 것도 기억난다. 뉴욕에서 텍사스 주는 약 2830 km 굉장히 먼 데, 그걸 알리가 없으시니. 멀리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던 것도.
그렇게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알카에다' 소속의 19명의 테러리스트가 납치한 비행기가 미국의 가장 높은 건물 두 동을 파괴하며 2996명이 사망했다.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격동의 순간. 그 순간이 미국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 지 고등학생인 나는 알 수 없었다.
몇년 후, 대학생이 되어 다큐멘터리론을 공부하다가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이란 영화도 보게 된 것이 또 이 사안을 이해하는데 또 다른 가능성을 마주하게 되어 더 혼란스러웠다.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는 마이클 무어가 말하는 것이 숨겨진 진실이라고 받아드렸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미국 역사시간에 배웠던 공산주의 소련이나 북한이 아닌 중동국가 테러단체에 의한 공격. 그렇게 한 종교가 다시 한 번 '악'이란 단어와 함께 쓰이게 되었다.
2001년 9월 11일의 테러 사건 이후, 불붙여진 종교에 대한 경계심은 ‘반종교적’ 태도를 지닌 학자들에게 창작욕구를 불러일으킨듯 하다.
그 후 약 5년 1개월 후, 세상은 리처드 도킨스의 책 <The God Delusion> 을 맞이한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철학과 역사에 대해 책을 내는 트렌드가 생긴다. 도발적으로 종교를 공격하는 과학자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렇게 과학주의의 시대에 과분한 권위를 부여받은 과학자들이 전문영역 외 분야에 대해 피력하는 의견을 가슴 속에 새기는 대중이 늘어났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신, 만들어진 위험 > , 스티븐 핑커의 <인간의 선한본능> <다시, 계몽> 등의 책에서 취하는 태도는 ‘반종교적‘인 공격적 무신론을 ’계몽‘의 이름으로 포장했다. <알쓸신잡>에 출연한 류시민 님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학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하는 걸 경험했다.
잠깐.
종교가 사회에서 척출 되어야 하는 악의 근원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을 새겨들어볼 필요는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종교를 배제하고 무신론적 세계관을 강조한 유물론의 사회는 역사 속에 존재한 바가 있다.
바로 공산주의의 시대이다.
(3) 다시, 계몽? 다시, 공산주의!
<blockquote style="color: #666666; text-align: left;" data-app="{"type":"quotation","kind":
'Q&R (Question and Respons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별은 2개 밖에 없어야 하나요? -성에 대한 오해 (SEX vs. GENDER) (0) | 2025.02.04 |
---|---|
산타클로스는 실존인물인가요? (0) | 2022.12.26 |
모든 종교의 기원이 환각제라구요? (feat. 브라이언 무라레스크의 '불멸의 열쇠' The Immorality Key) (4) | 2022.11.10 |
'코로나19/백신 = 뱀독'설 조사 결과 요약 (0) | 2022.04.26 |
코로나19가 뱀독이라구요? (Covid19 Snake Venom?! Cross-check) (0) | 2022.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