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조사 배경 (접음 처리)
지난 여름, 블로그에 방문하신 분(K님)께서 흥미로운 질문을 하셨습니다.
브라이언 무라레스쿠(Brian C. Muraresku)가 <불멸의 열쇠 (원제: The Immortality Key : The Secret History of Religion with No Name> 란 책을 통해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죠.
업무에 육아에 24시간 풀가동 중이라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기도 하고 책을 읽을 열정은 도저히 생기지 않아서... 유튜브에서 작가들이 책을 홍보하기 위해 하는 강연과 인터뷰를 찾아보았습니다.
(시청영상 1) 'How to die before you die 죽기 전에 죽는 방법'
(시청영상 2) 'Psychedelic Roots in Ancient Greece and Christiantiy'
고대 그리스와 기독교의 사이키델릭 유래' (≒환각제 사용을 기반으로 한 고대 그리스와 기독교)
(2021년 6월 2일 게시 | 조회수 6,400 | 댓글 88개 - 2022-11-04 기준)
"2,000여년 전, 고대의 '바티칸'이었던 그리스 아테네에는 순례자들이 신전에 와서 '매직 포션magic potion'을 마시고 '신성'해졌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었다. 그리고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브라이언 무라레스쿠는 <The Road to Eleusis: Unveiling the Secret of the Mysteries> 라는 책을 인용하며 자신의 가설을 펼쳐냅니다. 저와 여러분 일부에겐 아주 새로운 가설이겠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가설이네요. 저자가 인용한 책(12년 전 출간) 여러 저자들이 주장한 바에 대해 실증적인 데이터를 덧붙인 업데이트 버전이란 느낌을 줬습니다.
아무튼 특정 종교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충분히 매력을 끌만한 주장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 이미..그렇게 순진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렸는 걸요...)
아무튼 또 다른 "ㅇㅇ의 기원"에 관한 주장, "모든 종교의 기원" 카테고리에 속하는 그 부류의 책입니다.
이 사람이 변호사 출신이라서인지(?) 위키피디아 페이지도 없습니다. (명예훼손을 빌미로 삭제요청을 하는 걸까요..?)링크드인은 있어요. 검색해보니 700만부를 팔았다고 하는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인데 페이지가 없다는 게 믿겨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인지 위키리크스(wikileaks)에서 나온 출판사 발 이력서는 PDF로 있었습니다.
아..이런 걸 봐도 되나..싶지만 이력서니깐...하면 열어봅니다.
공부도 잘하고 법학 박사 학위가 있는 명문대 졸업생인 소위 수재였습니다. 출판사에서 활용하기 좋은 마케팅 소재 입니다. 소위 엘리트 입니다!
브라이언 무라레스크는 레딧(Reddit) 의 Ask Me Anything이란 코너를 통해 작품을 홍보했는데, 거기서 작가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2007년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서 "The God Pill"이란 기사를 통해 종교와 환각제의 상관성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전부터 임사체험 (near-death experience)이나 사이키델릭 약물에 관심이 있었는지 드러나지 않지만, 대학교 전공을 상스크리트어와 그리스어로 했다고 하니 분명 고대의 것에 대한 열정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전 저자의 지능에 대한 의문은 전혀 없고 책의 판매량이 상품성을 입증하는 만큼 저자의 작가로서의 능력과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에 대해서는 일개 블로거가 왈가왈부 할 권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질문자 분께서 대단한 블로그(이자 마국 의학박사) '초인' (아래 구글 스콜라 참고) 님께도 같은 질문을 하셔서 ...자료 검증에 대한 부분은 그 분께 맡기려 합니다. (사실 브라이언이 인용한 자료 모두가 참이라고 해도 "so what..?" 입니다만...)
한편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 (Appeal from authority)란 논리적 오류의 카데고리가 존재하고, '전문가의 오류'란 게 있으니...저도 일개 블로거이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의견 자체에 대해서는 합리적 이성의 소지자로서 비평해보려 합니다.
1. 접근 방법에 대한 질문
무엇을 전제로 단서들을 바라보는가?
vs
어떤 데이터/단서들을 수집한 후, 어떤 가설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연역적 방법과 귀납적 방법의 차이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자기 논제 (혹은 세계관)에 부합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갭을 채우려 들면 그건 '비약'이라고 불리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 분야에선 예수신화설, 예수와 유사하다는 신화 조사를 하며 알게 된 이들 중엔 '종교의 기원', '언어의 기원'을 연구한 사람들을 다수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알게 된 사람들의 업적과 주장은, 과학 분야에선 '생명의 기원' 연구에 관해서 조사해서 알게 된 것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띄고 있었습니다. 과학분야와 달리 전자(역사분야)에선 비전공자, 비전문가들이 자신이 꽂힌 열성적인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책을 쓸 수 있다는 거였죠.
그 중엔 이집트 문화에 매료되어 모든 종교와 언어의 시작을 이집트로 믿었던 사람, 그 기원을 고대 인도에서 찾는 사람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브라이언 무라레스크는 그 기원을 고대 그리스에서 찾고자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2 .책 추천사에 대한 답변
책의 표지가 책의 얼굴이라고 하면 책 소개글(추천사)은 메이크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홍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마존의 책 소개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키워드로 의견을 더해보겠습니다.
(1) "Best-Kept Secret" .
너무 너무 잘 숨겨져서 비밀로 유지됐다는 건데 어찌보면 참 매력적인 문구입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묻혀진 건 무언가는 어떤 음모가 있어서 묻혀진 것들이 있는 반면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 나 중국정부에서 문화대혁명에 대한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처럼),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이 목격한 것과 동떨어진 거짓을 이야기를 해서 헛소리 취급 받아서 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대표적인 예로 도마복음서, 베드로의 복음서 같은 위경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언젠가는 여기에 대해서도 조사해보고 글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2) [번역] 고대 그리스인들은 마약(환각제)를 사용해서 신을 찾았나요? 그리고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그 비밀의식을 이어받았을까요?
Did Ancient Greeks use drug to find God? And did the earliest Christians inherit the same, secret tradition?
자, 여기서 이미 책의 조사방향의 깊이에 대한 의문이 생겨지는 대목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간단한 반문을 해보겠습니다. 만약 고대그리스인들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약물과 같은 의식을 통해 '같은 신'을 '찾았다고 가정해봅시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신관은 그리스 신화의 다신론의 세계관입니다. 그 신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보여주듯 그전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죠. (왜 최고 신이라는 제우스는 동물로 변장해서 처녀를 겁탈하고 시어머니와 같은 질투를 통해 인간을 괴롭힐까요? ) 한편 그리스도인들은 애당초 그들과 다른 세계관인 단일신(하나 밖에 없는 신)을 믿던 유대교를 배경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왜 예수라는 인간을 신의 아들이자 신이라고 받아드리게 됩니다.
교리나 신학적인 비교는 뒤로 미루고 좀 더 실증적인 역사학적 사회학적 조사로 비교해봅시다. 고대그리스, 로마 헬레니즘 문화의 어두운 이면을 살펴봅시다.
소위 '이교도' 문화에서는 육아의 의무(와 비용)을 피하기 위해 아버지가 신생아를 죽도록 내버려두는 행위-특히 여아일 경우(L.R. Van Kook, Columbia University 논문/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가 존재했다고 하죠. 영아나 아이들을 종교의식의 제물로 삼는 인신공양의 형태의 영아 살해가 있었고 (연구-J. Rives/Cambridge University Press), 소아성애가 (남성간의 동성애의 형태로) 사회적으로 용인되었고 (논문), 신전(예: 아프로디테/비너스) 에 속한 창녀들과 혼음/난교를 하고(BBC기사), 불륜이 성행하고, 그로 인해 생긴 태아들을 낙태하는 시술이 흔했다는 연구(Rodney Stark/Princeton University Press) 등이 있습니다. (국내 출판물 - 링크)
그리고 그 문화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기독교는 그리스 종교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제시하죠. (그 가치관이 유대교와 일맥상통하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입니다.) 기독교의 신은 사회적 약자와 자신을 동일시 합니다. 고아들을 돌보고, 과부들을 돌보고, 서로 다른 사회 계급 속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재산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성적으론 보수적이며 경제적 관점에선 사회주의적인 특이한 형태의 사회를 이룹니다.
(같은 신을 만났다면 왜 다른 삶을 살았는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그 차이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건지, 언급하지 않은 건지 (관심이 없었을 수도...) 바로 종교의식 (성찬식)으로 넘어갑니다. 밀교의 가르침엔 어떤 도덕적 규율이 있을까요?
(3)[번역]첫 성찬식과 관련된 고고학적 증거는 없다 - 예수의 피를 마시면 사후 생명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그 성스러운 포도주 말이다.
"There is zero archaeological evidence for the original Eucharist- the sacred wine said to guarantee life after death for those who drink the blood of Jesus."
(a) 기독교인들의 성찬식의 의미는 '예수의 피를 마신다'가 핵심일까요? 그 피를 마셔야 '사후 생명 (life after death)'를 받게 된다는 해석은 성경에 없습니다.
(b) 약 2,000 여년전 식사 자리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가 없다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걸 '현실적 기대'라고 하죠. 특히 일반적인 식사였다면 말입니다. 고고학적 증거가 남을 의식은 주로 끔찍한 거죠.
예를 들자면, 아래 기사들의 고고학적 발견처럼 말이죠. (유해/해골 등의 있으니 섬세하신 분들을 위해 접은 글 처리 합니다)
기사1) '신을 먹이다: 아즈텍 수도에서 발견된 대량의 인신공양" (Science.org 기사 /기사 관련 영상 (링크)
그리고 역시! 예수 평행설 얘기할 때 빠지면 섭섭한 디오니수스가 나타납니다.
(여기에 대해 실제 유사점이 있는지 조사한 적이 있죠(아래 링크) 그림과 도형 보면서 기독교와의 유사성 논하는 건..너무..별모양 보면서 별자리 이야기하는 급이 아닌가...)
(4) Eucarist 성찬식에 대해
[번역] "예수의 등장 전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성례(sacrament)를 통해 '구원'을 찾았다.... 다른 이들은 디오니수스의 '성스러운 포도주'를 마시고 신과 하나가 됐다. ....1970년대의 '레네게이드 학자들은' 그 맥주와 와인이 서구문명을 발전시키는 '마약'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
이 주장은 본질적으로는 1900년대 철학교수 아서 드루스(C.H Arthur Drews)가 했던 주장과 유사합니다.
당시 포스팅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저자의 강연 영상 두 개와, 책을 추천하는 추천사에서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략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문단에서 부터 비평을 위해 어조를 다.나.까 체로 바꿔 설명해보겠습니다.
3.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대해
브라이언 무라레스크는 '그리스'라는 지역을 'ㅇㅇ의 시작'이라고 가정하게 된 것 같다.
이게 그가 주장하는 내용의 근거 1 - 지역 (그리스)이다. 그리고 다른 과학과 관련된 분야라고 해야할까 - 고고학적 탐사가 이뤄지는 곳의 식물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고고-식물학자의 연구결과도 인용하며 당시 일부 지역의 일부 종교유적지에서 환각제 성분이 사용되었다는 걸 근거 2 (식물학) 로 삼는다.
분석 1) 논리적 오류
디오니소스를 숭배하던 이들은 아무래도 술을 좋아했을 것 같고, 미트라 컬트 쪽도 이 부류에 속했을테니 저자가 이런 그리스 시절 종교에 대해 약물이 종교에 미친 영향에 대해 추측하는 것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
우선 참고하고 싶은 부분은 그의 주장은 계몽주의 후의 서구 문명의 기원도 사이키델릭/환각제의 효과라고 주장하는 학자 (Carl A.P. Ruck)을 참고로 한다는 것이다.
가설을 수립해보자.
(1)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고대 인도의 종교a, 고대 이란 종교 b, 고대 이집트 종교c 의식에서 환각제성분이 있는 식물을 태워서 썼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하자.
(2) 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고대 종교 a~c 의식에서도 유사한 고고학+식물학적 발견이 있다고 하자.
(3) 심지어 지금도 아마존과 아메리칸 인디언 일부 문화권엔 유사한 형태의 “d,e,f....등의 종교 의식”이 있다고 하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도 약물을 사용했을 것이다 ㅡ 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이건 소위 “일반화 오류”라는 논리적 오류 이다.
분석 2) 과학주의적 오류
세상이 물질로만 구성되었다고 믿는 유물론/물질주의자 세계관 속엔 영적 차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현상을 유물론적으로 해석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인간의 기록보단 과학적 이론을 선호하고 더 무게를 실어준다. 과학적 방법으로 영혼/영적 존재를 검증하려면 일단 "영적 차원"은 과학적으로 검증가능하다-라는 전제를 해야한다. 하지만 그 전제는 증명할 수 없는 난제이다.
저자가 주목한 '성찬식'이란 것 역시 그렇다.
기독교인들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이 행위에서 저자는 물질적인 무언가를 찾아내려 한다. (약물성분)
하지만 기독교 교리 안에서 성찬식을 하지 않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거나 영생을 얻지 못한다거나 하는 교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저자는 성찬식의 의미에 대한 고찰없이 무리하게 형식적 유사성이란 틀에 맞춰 기독교와 전혀 다른 밀교(컬트)나 타 종교의 의식 간의 공통점을 찾으려 무리수를 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분석 3)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해석
"모든 종교는 같다ㅡ"라는 주장을 하는 건 진정한 종교가 없는 사람 뿐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종교, 자신의 신념체계, 자신의 세계관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있다면 모든 종교가 같다는 주장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종교의 기원은 하나일 것이다 ㅡ 라는 주장 역시 어떤 부분에선 진리를 반영할 수 있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관에선 증명되지 않은 전제를 주장하기 위한 구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해야 모든 종교의 기원은 인간의 착각/희망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실제로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과 관련된 인간의 직접적인 체험, 그리고 구전 또는 기록을 통한 간접체험이 종교의 기원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기독교의 경우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비교는 어려우니 보이는 현상에 대한 비교를 해보자.
유대교는 지역 특성상 포도주를 마셨다고 치자, 이슬람도 술을 금지한다. 기독교는 성찬식이라는 행사에서 포도주를 마시던 역사가 있는 국가/지역이 있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포도주스로 바뀌기도 한 교단도 존재한다. 기독교의 한 분파? 인 청교도(Puritan)도 엄격한 금욕주의적 삶을 살고 아미쉬(Amish) 역시 그렇다. 그들의 삶 속엔 약물의 효과가 있을 틈이 없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기독교가 음주를 '죄악시'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경에 나온 음주에 관한 구절을 비교해보면 절대로 추천이 아닌 절제와 금지 사이에 있다. 불교는 금욕주의적 관점에서 금주를 명한다.
(다른 점의 예시를 또 들자면 결혼에 대한 관점도 각 종교 마다 달라서 천주교랑 불교는 승려에게 결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보편적이고, 이슬람과 힌두교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개신교는 일부일처제 및 결혼에 대한 부부간의 의무를 강조한다)
천국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이슬람의 천국은 여자가 갈 수 있는 곳인지 의문인 남성중심적 에로 판타지를 펼치는 것 같다. (예전에 이 주제에 대해 썼던 글을 링크한다.)
종교의 설파를 위해 그런 고대 의식과 같은 “영적체험”이 필수라고 가정하고, 그 체험의 근간이 약물에 있다면, 그 약물은 계속 되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지만 여러 종교를 둘러보면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는 현재의 현상에 대해 "시작 초반엔 있었지만 금지되었다" 라든가, “초창기에 비밀리에”, “고위 지도자급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일이라고 음모론적인 해석으로 설명하고 나머지 신도들은 다 종교비지니스에 속은 거라고 주장한다면...... 마치 현재의 현상을 설명해낸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지만, 그건 그냥 증명되지 않은 전제를 다시 읊는 것에 불과하다.
분석4) “사후세계를 사전체험했다”
임사체험. 즉 죽을 뻔한 체험을 하고 종교를 갖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천국을 봤다고 하는 소년부터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에 대해 의학적(?) 연구조사를 하고 내는 작가, 또 그런 걸 소재로 한 KBS다큐멘터리 (KBS 파노라마 - 신의 뇌) 까지 콘텐츠는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사례 안에서 의도적 약물사용으로 환각으로 사후세계를 체험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또 약물적 사용을 통해 '신을 만나고' 삶이 180도 달라져서 과거의 삶을 청산하고 소위 “새 사람”이 된 경우가 얼마나 될까?
브라이언 무라레스쿠는 약물로 인한 환각으로 사후세계를 체험한 것이 종교의 기원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가설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신이 워낙 많아 어느 신을 믿는 지 규정하기 어려운 힌두교 일부, 아메리카 인디안, 아마존 부족, 아프리카 등에선 그런 의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런 환각이 특정한 신에게 '접속가능하게 하는지', 그런 환각이 '영혼'에 작용하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약물로 체험하는 그것이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이라는 해석은 사실 영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고 뇌의 착각/환각으로 인한 체험에 불과하다는 물질주의적 주장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고보니 군 복무시절에 만난 똑똑하고 착한 소위 한 명이 떠오른다. 미국 대학을 졸업했는데 그리스어와 수학, 그리고 컴퓨터 공학을 복수 전공한 후 전역 후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상한 인재였다.
사회인이 되서 만난 그와 우연히 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신이 존재한다는 건 수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며 내게 괴델이란 이름을 알려주었다. Gödel's ontological proof. (한글 위키피디아 링크/ 관련 기사)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도 신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아주 의외의 순간이었다.
(일반인으로서 요약하자면, 어떤 명제가 참이더라도 그걸 증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라는 것에 대한 수식이다)
그리고 그 대화에 이어서 그는 네덜란드 이야기를 하며 이런 저런 마약을 체험해보며 자신도 신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왜 ...신 얘기를 하다가 마약 얘기로 넘어가는 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브라이언 무라레스쿠의 주장을 듣다보니 사이키델릭/환각적 체험을 그렇게 해석하며, 그런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역시 기독교 세계관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에게는 위협이 될리가 없는 가설이라고 가히 확신한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핵심은 인간이 뭘해서 신을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고 신이 인간의 역사 속에 와서 뭘 하고 갔다는 것에 대해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독교 안에선 종교와 기독교를 이렇게 구분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모든 종교는 인간이 어떻게 하면 신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를 가르치지만, 기독교는 신이 인간을 구하기 위해 뭘했다- 고 가르친다. 그런 신은 다른 종교에는 없다고.
분석 5) The Right Questions 역방향 질문: 기독교가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뭘까?
기독교 안에선 분명 영적체험이란 영역이 존재하고, 오랜 시간 지성인들이 연구한 탄탄한(?) 교리가 존재하지만, 현대지성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역사이다.
예수란 존재가 역사적으로 실존했다는 점.
그리고 십자가 처형이 역사 속 사건이라는 점.
부활한 예수를 목격한 사람들이 다수 존재했다는 기록.
또 그런 믿음을 갖는 것이 어떤 메리트도 없이 오히려 핍박에 당하게 하는 로마 시대에서 불가사의하게 기독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
그리고 1세기 초대교회의 기록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그 기원에 대한 의구심으로 “환각약물 사용”을 던져 봤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주 단순한 의혹제기로 복잡한 현상을 해석하는 것 대신 덮어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다. (로마 다신교 문화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대박 히트 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한 현상을 제대로 해석한 연구로는 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의 저서가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20-21세기 과학의 시대에서도 자연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뛰어난 학자들도 자신의 과학 연구의 끝에서 신을 받아드린다. 위키피디아엔 크리스천 노벨수상자 리스트란 페이지가 있을 정도이다. (링크)
※물론 타종교의 수상자와 무신론자 수상자도 있으니 이게 뭘 증명하진 않는다. '기독교는 미개한 사람들만 믿는 것이다'라는 무리한 주장의 반증이 되긴하지만.
도대체 왜 있는 지 알 수 없었던 길고 지루한 족보를 읊어가며 누구의 아들 누구의 아들.. 그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한 인간. 또 천 여년간 듬성 듬성 이어진 역사기록과 '선지서'(선지자들이 쓴 글) 속의 예언. 그게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일어난 걸 찾아보며 기독교의 신을 받아드리는 사람도 있다. (JYP 박진영 님처럼-기사)
고고학적 탐사를 통해 성경이 허구라는 걸 입증하려다가 기독교인이 된 고고학자들도 있다.
무신론자이자 포르노중독자인 유대인 혈통의 대학생이었다가 예수님을 만난 후 새 사람이 되었다는 잘 나가는 화학자 제임스 투어 박사 같은 사람도 있다.
3. 결론
이 책은 700만부 이상 팔리고 3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지만… 기독교 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인지 유명한 기독교 변증가들이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반박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반박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설득력이 약한 주장을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미 예수와 유사하다는 이집트, 그리스, 인도의 신들의 신화들을 대조해보는 것 만으로도 쉽게 결론이 났던 예수신화설 조사에서 알게 된 것들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우선, [굳이 유사성을 찾기 위해서 요약과 비약을 하지 않고] 찬찬히 살펴보면 그냥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본질적으로 보면 “중국의 전통복장과 한국의 한복이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한복이 중국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 이상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주장을 하기 위해 아무리 많은 중국 고화와 박물관 속 의상 자료를 늘어놓는다해도 이 주장이 가지고 있는 포괄성의 범주가 너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질적 차이는 디테일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요약하고 싶다.
적절한 비유가 뭐가 있을까 모자른 창의력을 끌어 모아 비유를 만들어본다.
구멍숭숭 허접비유
"역사 속의 발명가 장영실의 집터에서 장영실이 즐겨마시던 술잔을 발견했다.
그리고 아주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그 술잔에서 그가 마시던 술의 성분을 알아내게 되었다. 그 술의 성분엔 환각성분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천재성의 비밀은 술에 있었던 것이다라고 가설을 내린다.
그 외에도 유럽의 과학자들 아이작 뉴튼, 제임스 맥스웰, 요하네스 케플러, 마이클 패러데이의 집의 식기에서도 같은 술의 성분이 발견되었다. (참고로 이 인물들은 기독교인 과학자들로 과학혁명의 주요인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과학자들의 탁월함은 이 술에서 기원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긴 역사 속 그 술이 전승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라진 비밀이 되었다. "
주제를 종교가 아니라 다른 주제로 바꾸면 이 가설은 굉장히 가소롭다.
허접하지만 또 다른 짧은 예시를 창작해보겠다.
"역대 모든 록/롹 밴드들은 애주가 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의 천재성은 술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 주장을 하기 위해 MIT, 존홉킨스, 옥스포드, 하버드 온갖 대학교의 과학연구를 통해 술에 대한 성분을 분석한 리포트와 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리포트를 끌어와도 이 주장의 합리성이 올라가진 않는다.
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작가들의 주장을 비평하기 위해선 늘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와야 하는 처지이다. 하지만 브라이언 무라레스크를 비평하는 기독교 변증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출간 후 2년이 되어가지만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기독교계 밖 인문학계에서 겨우 겨우 찾아낸 게 하나 있었다. "싸이키델릭 연구 저널(Journal of Psychedelic Studies)"에 실린 제리 B. 브라운(Jerry B. Brown)이라는 인류학자이 책에 대한 리뷰가 있었다.
Viewed from an anthropological perspective, there are multiple flaws both conceptual and historical with this line of reasoning. The first is with the basic assumption enshriend in the book's subtitle that we are dealing with a "religion with no name".
[번역] 인류학적 관점에서 (브라이언 무라레스크)의 논리는 개념적, 그리고 역사적인 오류가 있다. 첫째는 책의 부제에 달린 우리가 '이름 없는 종교'를 다루고 있다는 전제이다. 사실, 그 종교는 샤머니즘이란 이름이 있다.
-Jerry B. Brown
그리고 고대 그리스 인들이 '미스테리'라고 부른 것들이 다른 지역에서 무슨 이름으로 불렸는지 이름을 나열하며...(이래서 아마츄어가 쓴 글에 전문가가 리뷰하면 무섭다..) 지적한다.
제리 브라운 역시 환각제가 종교에 미친 영향, 역사에 대해 책을 쓴 학자이고 보편적이 기독교계 학자는 아니다. 같은 진영의 평가이니 좀 더 객관성을 가졌다고 봐도 되겠다.
그 리뷰의 결론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번역] <불멸의 열쇠>는 일반 독자들을 유혹(entice)할 것이지만 학자들을 짜증나게 할 것(exasperate)이다. (율리우시니안 미스터리나 초대 기독교에 환각제가 미친 영향에 대해 동의할지도 모르는 학자도 포함해서)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로 어필하고 있지만, 장황한 "사이키델릭 반전을 더한 이교연속설"에 대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는 것에 실패한다. 그 이유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선넘는 논리적 비약(Overreach), 역사적 왜곡(historical distortion), 샤머니즘과 기독교에 대한 관련 연구를 고려하지 않은 것, 그리고 추측을 사실로 제시했기 때문이다(the presentation of speculation as fact).
[원문] TIK(The Immorality Key) will entice general readers but exasperate academics, even those who may agree with its specific conclusions regarding the role of entheogens in the Eleusinian Mysteries or early Christianity. Despite its popular appeal as a New York Times Bestseller, TIK fails to make a compelling case for its grand theory of the "pagan continuity hypothesis with a psychedelic twist" due to recurring overreach and historical distortion, failure to consider relevant research on shamanism and Christianity, and presentation of speculation as fact.
Jerry B. Brown
-Journal of Psychedelic Studies (Vol5. Issue 1)
역시 전문가의 표현이 깔끔하네요.
질문자님의 우려에 충분한 답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P.S [사족] = 질문자님께서 우려하시는 영향력에 대한 의견
(1) 아마존 리뷰수
- 리처드 도킨스 9406 , 팀 켈러(1) 6306, 팀 켈러(2) 4097, 브라이언 무라레스크 2679
(2) YouTube 콘텐츠 조회수
조던 피터슨, 렉스 프리드먼Lex Fridman, 조 로건 Joe Roegan 과 같은 유명인의 유튜브에 출현한 건 작가 자체의 관심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저자가 단독 출현한 영상의 조회수를 봤습니다.
192개의 좋아요 와 88개 코멘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던 피터슨 유튜브의 출연한 건은 59.7만 뷰, 1900개 좋아요, 4203개 댓글. Lex Fridman 유튜브 출연영상은 42.9만 뷰 1.1만 좋아요, 1416개 댓글. )
위 인물들은 늘 자신의 반대되는 입장과 대화하기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위 팟캐스트/유튜브에 출연했다고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같은 진영의 학자에게 위 리뷰처럼 신랄하게 비평당할 정도면 반대 진영 학자가 굳이 힘 써서 대응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위협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
아무튼 덕분에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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