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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N-OFF: 사랑에 대한 오해

팀 켈러와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사랑 (What Tim Keller and Alain de Botton says about Love)

1. 오프닝: 여담

5월은 가정의 달이니 잠시 이 블로그의 기본 주제와 거리가 있는 주제로 방향을 틀어 보고 싶었습니다.
또 때마침 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도 결혼 시리즈가 시작하고 있었거든요.

뉴스에 나오는 목사들은 주로 '저 사람이 정말 하나님을 믿는 사람인가?', '모든 것을 창조하고 주관하고 있다는 절대자를 '경외/fear/敬畏' 하는 사람들이 맞나?' 이런 의문을 들게 하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목사"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세상의 석학들, 철학자, 문학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명철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분을 알게 되어 전 그 분 설교가 나오는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 편입니다.

그 분 성함은 Timothy Keller[티머thㅣ 켈러] 입니다.

전 처음에 구글에서 진행하는 Talks at Google 라는 행사에서 The Meaning of Marriage (결혼의 의미) 라는 강연을 통해서 였습니다.

Timothy Keller visits Google's New York, NY office to discuss his book "The Meaning of Marriage." This event took place on November 14, 2011, as part of the Authors@Google series. "The Meaning of Marriage" touches on topics that all readers can relate to, starting with the role of marriage in our culture, its history and the pessimism that is often associated with it. The Kellers also discuss the feelings of and acts of love, romantic relationships, gender roles, singleness, and the role of sex in a marriage.

전 이 강연을 통해 저 책을 알게 되었고 그 책을 읽은 후 결혼관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 아내가 된 사람과 처음으로 따로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책을 추천했고, 그 책을 읽고 결혼에 대한 개념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죠. 재미있게도 결혼 주례를 부탁한 목사님께서도 이 책을 필독서라며 추천하시며 독후감을 숙제로 주셨었습니다.

한국어 제목으로는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2011)로 번역되어 있는데 혹시 결혼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이라면 종교를 불문하고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전자책]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달라스 윌라드가 이 시대에 가장 주목할 목회자로 손꼽은 탁월한 설교자이자 <뉴욕타임스>가 꼽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팀 켈러. 그가 강단에서 전한 설교 시리즈를 토대로 엮은 이 책은 모든 이

www.aladin.co.kr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거나 영어 독해에 큰 문제가 없으신 분들은 원어로 보시는 것을 강력추천 합니다.

 

The Meaning of Marriage: Facing the Complexities of Commitment with the Wisdom of God

The Meaning of Marriage: Facing the Complexities of Commitment with the Wisdom of God

www.amazon.com

번역서를 보는 것보다 훨씬 명확하게 다가올 거에요.


전 원래 기독교 서적을 읽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뭔가 뻔하고 재미없고 어렵고 그저 그런 비슷한 얘기들을 하는 책일 거라는 인상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유튜브 강연 '구글 토크 Talks at Google'에서 이 작가(목사)는 굉장히 위트 있고 재미 있고 지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었고, 그 선택은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책에 대한 요약과 리뷰는 인터넷에 많으니 제가 굳이 제 블로그에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최근엔 커플이 같이 1년 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편집된 버젼의 책도 있습니다 -<팀 켈러, 결혼의 의미- 부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다 >

 

팀 켈러, 결혼의 의미

베스트셀러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의 기본 주제와 핵심 원리를 토대로 한층 깊이를 더한 365 묵상집이다. 날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노트에 적은 다음, 시간을 정해 주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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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서른이 넘어 독서를 다시 즐기기 되기 전에 좋아했던 작가로는 알랭 드 보통이 있는데, 2016년 출간한 책 'The Course of Love' 과 관련된 강연 'Alain de Botton: On Love | Digital Season' 을 접하게 됩니다.

In his 2016 talk, On Love, philosopher, bestselling author and School of Life cofounder Alain de Botton explores what it actually means to live happily ever after. The warm and witty philosopher of the everyday talks about how romantic myths and misconceptions shape modern relationships, and examines what it might mean to love, to be loved and to stay in love.


팀 켈러는 기독교인, 알랭 드 보통은 혈통적으로는 유대인이나 무신론자 입니다.
그런데 대학교 시절 읽던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관한 소설/에세이 이후, 좀 더 어른이 되서 팀 켈러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접한 후, 다시 알랭 드 보통의 생각과 비교해보니 공통점이 있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2. 팀 켈러가 말하는 결혼과 사랑 

(책을 펴놓고 있지는 않지만 하도 반복해서 들었던터라 기억에 남은 것들로만 일단 적어내려가봅니다.)

(1) (성경이 말하는) 결혼의 기초는 감정이 아니다. 약속이다.

 

감정은 오고 가기 때문에 관계의 시작점이 감정이 될 수 있지만 (되는 게 당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감정에 의지해서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경에선 단 한 번도 '사랑'이란 단어를 몽실몽실, 두근두근, 설렘가득의 감정으로 쓰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2) 결혼의 기초는 우정이다.

 

그 사람의 외모는 물론 당신의 외모도 변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외모 역시 결혼의 근본일 수 없다.
우리는 외모를 기준으로 우리가 만나는 사람의 80-90%를 제외시킨 후, 남은 사람들과 감정이 생기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연애 속에서 우정이 생기길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여 좋은 배우자 대상들을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

(3) 결혼은 밭을 가꾸는 것과 같다.

 

현대 사회는 대중문화가 가르친 낭만주의적 사랑에 대한 환상으로 채워져있습니다.
단어로는 '하나님이 내게 예비한 사람'이란 교회적 단어를 쓰지만,
그 실상은 그저 영화 속에서 나오는 '운명적인 그 사람', "The Right Guy/Girl", "The One"과 다를 바 없는 환상을 기대합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나와 잘 맞는 사람.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나의 필요를 알고 챙겨줄 수 있는 사람.

그러니, 어떤 연인들에겐 이런 노래가 진실 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죠.

♪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 말이 되니~♬

[MV] PARK WON(박원) _ Try(노력)

한창 이 노래가 까페에서 흘러나올 때, 저보다 결혼을 먼저한 친구부부를 만나 이 노래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려 했습니다.
제가 물어보기도 전에 친구의 아내는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라는 대목에서 빵 터지며 결혼을 안해봐서 그런 거라고 웃었습니다.

현대 사회는 나에게 맞춰줄 누군가를 찾는 것이 결혼의 준비라고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팀 켈러는 말합니다.
"그건 마치 좋은 땅을 찾고 거기에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좋은 열매가 맺힐 거라는 착각이나 마찬가지이다. 물을 줘야하고, 잡초를 뽑아야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Marriage needs two people to work (on it)


마찬가지로 결혼은 우리의 많은 "일/노력/작업"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결국은 평생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같이 살게 되고 여러가지 외부적인 문제는 물론 내부적인 문제를 마주해야 할텐데, 그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걸 "이 사람이 아니라서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판단하면,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면서, 연애 경력만 많이 쌓고 정작 본인은 전혀 성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게 헐리우드의 결혼식이고 그런 결혼은 모두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다"라는 간결한 한 줄로 요약하겠죠.

(4) 결혼 안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이기심/자기중심성이다.

 

물론 가정폭력, 알콜중독, 도박중독, 외도 등 물론 특수한 상황은 존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특수한 문제를 제외하고 보편적인 상황을 전제해서 얘기한다면, 결혼 안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자기중심성 Egocentricity"라고 합니다.

서로 사랑해서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 싶다며 고백하고 연애하고 결혼을 한 두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다름을 마주하게 되죠.
그리고 서서히 달콤한 사랑의 말 속에 숨겨왔던 자아가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인 거죠.
그렇게 서로 느끼기 시작합니다: 상대방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문제는 자기의 이기심보다 상대의 이기심이 더 문제가 더 크다고 서로 느끼는 거 겠죠)


3.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사랑

 

결혼에 대해 할 말은 한참 더 남았지만 다음 글로 넘기기로 하고, 알랭 드 보통으로 넘어가 보려 합니다.

알랭 드 보통도 낭만주의에 영향 받은 현대사회를 꿰뚫어보고 비슷한 말을 합니다.

In his 2016 talk, On Love, philosopher, bestselling author and School of Life cofounder Alain de Botton explores what it actually means to live happily ever after. The warm and witty philosopher of the everyday talks about how romantic myths and misconceptions shape modern relationships, and examines what it might mean to love, to be loved and to stay in love.

원서를 읽을 때, 알랭 드 보통의 문장이 주는 위트가 넘치고 박학다식한 느낌을 좋아했었는데, 2020년 4월에 접한 위 영상을 통해 이 작가가 얼마나 개그력을 구비한 사람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 현대사회이 믿는 사랑엔 이런 속성이 존재한다.
(1) 사람들은 '소울메이트soul mate'란 게 존재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들을 찾기 위해서 좌,우,위,아래로 열심히 스와이프한다.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그/그녀"를 만나면 나의 '소울'이 상대의 소울과 하나가 될 거라 믿는다. 외로움은 사라질 것이다"
(2) 어떻게 소울 메이트를 찾는가? - instinct 본능
(3) 이 본능은 언제 어떻게 올 지 모르나,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얼굴만 보면 번개를 맞은 것처럼 알게 될 것이다.
(4) 그 "특별한 느낌Speical Feeling"이 생기면 모든 게 정당화 된다.
* 그런 특별한 느낌이 없으면 이상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그걸 위조한다.
(5) 유럽의 철도산업의 발전은 낭만주의에 기여한다. 많은 특별한 느낌은 기차에서 일어난다. 기차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러시아 소설만으로도 도서관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옆모습, 형상, 발목 조금만 봐도 바로 알게된다.
(6) 낭만주의자들은 'happily ever after'의 개념을 좋아한다. 사랑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게 아니라 영원한 거다.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때 까지. /조크/ 놀랍게도 많은 낭만주의자들은 꽤 일찍 죽는다.
...
(n) 사랑은 말하지 알아도 알아야 한다. 말을 해야하면 사랑이 아니다.
(이하 생략)

작가가 이렇게 웃길 줄 몰랐습니다. 영어공부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들어보세요. 재미있어요.


팀 켈러도 알랭 드 보통도 사람들이 가진 사랑에 대한 환상, 그리고 그 환상이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캐치하고 그 문제점을 진단하며 각자의 의견을 책 속에서 개진합니다. 알랭 드 보통 역시 20대에 자신의 삶 속에 결여된 것은 'The Right Person'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찾아해멨다고 합니다. (잘못된 사랑의 개념에 대해 인지하며 한 이야기)

알랭 드 보통은 주장합니다.

만약 제가 세상을 다스린다면(제가 정할 수 있다면), 이른 저녁 데이트를 할 때 서로에게 해야하는 질문은 이겁니다.

특별히 비난하는 뉘앙스가 없이 - 'How (are) you crazy?' 당신은 어떤 부분에서 미치셨나요? '

'전 이런 부분에서 좀 미친 것 같아요, 당신은 어떤가요?'

그리고 히스테리컬 하지 않고, 방어적이지 않고, 그 질문에 대해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까요?

우린 완벽한 사람을 찾지 않습니다. 우리는 상대의 완벽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미리 경고를 받고 싶고, 그 '미친 부분'에 대해서 크리티컬하지 않은 상황에서 알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저렇게 알려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담반, 진담반)

여담: 알랭 드 보통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번역서의 오역
위 강연을 먼저 듣고 친구가 선물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번역을 확인할 수 있었죠.
"So in what ways are you mad? (넌 어떤 면에서 미쳤니?)" 라는 문장을
아주 멋드러진 한국어로 번역했네요.
..........."그래, 너는 어떻게 하여 광기에 사로 잡히게 되었지?"..........

(위) 원서: The Course of Love (아래) 번역서 &lt;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gt; - 알랭 드 보통&nbsp;

 

원서에서 얘기하는 mad 는 말그대로 crazy 이며, 어떤 것에 사로 잡힌 광기가 있는 걸 얘기 하는 건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깊게 파보면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어느 영역에선 '미쳐있다'라는 걸 유머러스하게 얘기한 거죠. 저자가 강연을 할 때 말하는 뉘앙스를 들어보면 이 부분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번역상도 수상하신 분의 번역이라 저 같은 아마추어가 지적하는 게 죄송하지만.. 아닌 건 아니니까요..;;



저도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그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고민했을 정도로 이 질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젠 결혼을 한 사람이 되어 이 질문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답변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그래서 또 기독교를 주제로 연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또는 결혼 안에서 힘들어 하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글들을 남겨보려 합니다.

그게 제 가정의 달 기념 스핀오프 계획이었습니다(만... 다른 일들에 치여 7월이 되서야 개시하게 되네요.)


 


 

이후 작성된 결혼에 대한 시리즈는 여기서 읽으실 수 있으십니다. 

 

https://bitl.tistory.com/66

 

팀 켈러, 결혼과 문화 (1부-上) (Marriage and Our Culture 中)

오늘은 이 글을 통해 결혼에 대해 팀 켈러 박사는 뭐라고 하는 지 나눠보고 싶습니다. 지난 글에서 목록에 있는 설교를 다 듣고, 4개 정도 받아적어둔 상태였습니다. 어떤 순서로 나눠야 좋을까

bitl.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