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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기독교

퀸스갬빗: 재능과 중독, 빈 칸 채우기의 이야기 속의 개독교

<퀸 갬빗(Queen's Gambit)>(2020년作, 청불)은 불행한 가정 속에서 자라다가 고아가 된 아이가 재능을 발견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체스라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인간의 내면과 관계, 그리고 중독이란 문제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갑니다.

 

※영어 발음은 퀸즈* 입니다. .. 이렇게 대중의 발음이 잘못되어 가나요...

 

출처: 넷플릭스 퀸스갬빗 소개페이

(극 중 내용을 일부 포함합니다. 스포일러 주의)


자신을 혼자 기르던 어머니의 교통사고(자살추정)로 고아가 된 주인공 베스 하먼(Beth Harmon)은 기독교 계열 고아원에 보내집니다. 그리고 우연히 지하실에서 만난 건물 관리인을 통해 체스를 접하게 되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대 배경인 1950-1960년대 미국, 당시 고아원에선 여자아이들에게 '안정제tranquilizer' 를 주는 게 흔했다고 합니다.

극 중 사용된 약의 이름인 'Xanzolam'은 실재하지 않는 약이지만 멕시코에서 약을 구하려고 할 때의 이름 'Librium' 과 약병의 'Chlordiazepoxide' 으로 실제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 지 추측이 가능합니다.
(참고자료 1, 참고자료 2, 참고자료 3)


극도의 긴장과 알콜금단 현상을 치료할 때 쓰는 Benzodiazepine [벤조디아제핀]이 아이들을 '얌전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약물은 1980년대 가장 많이 처방된 약으로 자리를 잡는데, 1980년대 되어서야 이 약물의 무서운 중독성이 알려지게 되었죠. 지금은 약 2000 종류가 생산되는데 그 중 15개만 미국 FDA 승인이 났습니다.

출처: Webmd.com


극 중에서도 더 이상 아이들에게 이 약이 지급되는 게 법적으로 금지가 되면서 이 약을 모아뒀다가 먹던 베스에게 금단현상을 일으킵니다.

 

Benzodiazepine Abuse Basics

Benzodiazepines are a type of medication known as tranquilizers -- familiar names are Valium and Xanax -- that are easily abused. Learn more from WebMD about the effects, symptoms, and abuse of these drugs.

www.webmd.com

※지난 수년간 "벤조디아제핀"은 술에 타서 범죄(예: date rape)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쉽게 구할 수 있고 오용, 남용, 악용이 가능한 약물이기도 합니다.

Benzodiazepines have also been used as a "date rape" drug because they can markedly impair and even abolish functions that normally allow a person to resist or even want to resist sexual aggression or assault. In recent years, the detection and conviction of people involved in this has increased dramatically. The drug is usually added to alcohol-containing drinks or even soft drinks in powder or liquid forms and can be hard to taste.


죽음을 도피처로 삼기까지 자신을 원치 않았던 엄마와의 기억이 베스에겐 큰 트라우마였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나이를 속이고 입양이 된 베스는 그 집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새어머니'와 공존하는 법을 배웁니다.

새어머니에게는 성공하지 못한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에 대한 좌절과 불행한 결혼 생활이 원인이 된 것 같은 알콜 중독이 있습니다. 그 불행한 기분을 해결해보고자 캡슐형 알약에도 의존하게 되죠. 그 약이 바로 베스가 중독되었던 약이었죠.

베스의 재능이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자 '새어머니'는 베스의 체스 경기 참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전국의 체스 토너먼트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이 인정 받으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 받는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그녀에게 승리는 그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게 되버리죠. 어쩌면 존재가치 증명으로서의 승리에 대한 중독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새어머니의 약물의존성은 자연스럽게 베스의 유년시절의 중독과 증폭효과를 일으키며 알콜중독으로 이어집니다.

The combination of benzodiazepines and alcohol can be dangerous -- and even lethal.
벤조디아핀과 알콜을 같이 섭취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 심지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webmd.com-



표면적으로 보면 여성 체스 선수가 남자들의 세계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는 걸 그린 것 같지만 그 내러티브 안에서 베스가 중독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냈죠. 그렇게 마지막 세계 챔피언이 될 때 그녀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세계 챔피언이 됩니다. (도핑 테스트가 있었더라면..실격인건가..?)


※작품과 관련된 소송

업무상 종종 소송과 관련된 일을 해서인지 작품과 관련된 소송이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극 중 또 다른 여성 체스선수에 대해 "남성과 한 번도 붙어본 적이 없는" 이라고 묘사한 건으로 실존하는 세계 최초 여성 그랜드마스터 Nona Gaprindashvili [노나 가프린다슈빌리]로부터 60억 소송이 걸리게 되었죠..

Georgian chess champion Nona Gaprindashvili plays at the International Chess Congress in London on Dec. 30, 1964. (c) Stanley Sherman/Getty Images

Georgian chess legend Nona Gaprindashvili — who made history as the world's first female grandmaster — alleges the show belittled her career and damaged her reputation with a single sentence. Gaprindashvili is now suing Netflix for defamation and invasion of privacy, according to a 25-page complaint filed in a federal district court in California on Thursday. The case focuses on a scene toward the end of the show's final episode.

-NPR.ORG
 

전 여성 체스 챔피언, 넷플릭스 '퀸스 갬빗'에 소송 제기 - BBC News 코리아

소송은 넷플릭스가 가프린다슈빌리를 남성과 한 번도 붙어본 적이 없는 여성 선수로 묘사한 대목을 두고 제기됐다.

www.bbc.com


<퀸스 갬빗>속의 기독교


1. 기독교 계열 고아원

갈 곳 없는 고아들을 키우는 고아원이 기독교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아원에 대한 묘사는 역시 기독교에 대한 조소가 요소요소 숨어 있습니다. (고아원이란 장소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누구나 그 곳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안정제를 제공한 것은 당시 시대풍토에 동조한 것이고 그리고 그만두게 된 것 역시 시대의 흐름이었죠.


2. 크리스천 크루세이드? christian NATIONALIST Crusade!

모아둔 상금을 자신을 입양한 부모의 집을 구매하는데 써버린 베스. 그녀는 러시아에서 열릴 세계 체스 대회에 참가하고자 하지만 돈이 부족합니다.

그 때 등장한 것이 또 다른 기독교 단체 크리스천 크루세이드(Chrsitan Crusade)입니다.
참 가증스럽게도 그들은 그녀를 후원하는 대신 그녀가 기독교적 선포를 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웁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단체가 진정한 기독교 정신으로 베스를 후원하는 게 아닌 반-러시아적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애국집단으로서 조건적으로 접근한다는 겁니다.

실제 극중 단체의 모델이 되는 실체는 Christian Nationalist Crusade 입니다. 1942년에 창립된 미국 미주리 기반의 의 반(反)유대주의, 반(反)공산주의 조직이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애국주의, 국수주의라는 정치적 성향이 드러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단체는 정치적 단체이며 국수주의는 기독교 정신에 어긋납니다. 그들의 정체성은 기독교인이기 전에 정치적 입장에 기반합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와 한국의 전광훈 목사를 지지하는 보수파가 그렇듯 말입니다.

주로 '보수적 가치관'과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행보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속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오해가 여기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인이라고 모두 트럼프의 기행을 지지 하지 않고 전광훈이 기독교를 대변하지 않는 게 현실이지만요. 더 나아가서 이런 '기독교인'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에 더 열심을 보이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지 못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안의 빈 칸, 그 공허함에 대하여


극 중 베스와 같이 극단적인 불후한 환경에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보편적인 공허함을 느낍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사람만큼이나 부모의 인정을 필요로 하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정이 화목하지 않다면 그런 '인정'의 대상을 부모가 아닌 '또래집단'일 경우가 더 많겠죠.

어른이 될 수록 그런 인정의 대상이 부모에서 주변 친구, 직장상사, 여자친구/아내로 바뀌어 갈 수는 있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빈 칸'에 대해서는 아무도 쉽게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빈칸을 무시하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게 되죠.

그게 사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알코올이나 담배 등 일시적인 위안을 주는 '항정신성 약품'에 기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비물질적인 것을 약물이라는 물질적인 것으로 치료하려고 할 때 문제의 씨앗이 심겨진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어떤 약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건강하지 않은 음식과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비만이 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사람에게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조건이 문제 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이어트 약'이라는 약물을 통해 원인에 대한 조치 없이 빠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약물을 사용한다면, 그 성과가 유지되는 경우가 드물 겁니다.

정말 생화학적 문제로 얻게 되는 '우울증'을 제외하고 많은 경우에는 사회적, 정서적, 도덕적, 관계적 여러 가지 복잡한 현실 속의 문제가 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우울증이 있다고 믿게 만들겠죠. 그리고 그런 복잡한 '비물질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간편한 방법으로 생화학적 효과로 유도되는 '기분'을 얻기 위해 약물을 사용한다면, 그 역시 베스가 경험한 중독의 문제에 발을 들이는 게 되겠죠.

장기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을 마주하고 해결하는 게 필수 입니다. 그 외 쉬운 방법들은 모두 임시적 도피처의 역할 밖에 감당할 수 없고 여차하면 중독이라는 감옥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물질적 요소로만 구성된 위의 영역 외에도 '영적' 공간이 실재한다면, 사람에게는 '영적'인 부분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죠. 그리고 어떤 이들은 모든 이들이 궁극적으로 느끼는 그 결핍과 공허함을 채워지지 않은 그 '빈 칸'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 분께서도 베스가 들어간 중독의 늪에 계시다면, 자신이 무엇을 통해 자신의 그 빈칸을 채우려고 하고 있는 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블랙홀 같은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게 뭐가 되어야 할지도요.


제가 읽어본 중 이런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은 책 한 권을 추천드리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중독

이 책은 실제 사례를 통해 중독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그 근원을 보게 하고 성경과 심리학의 통찰, 그리고 상담경험을 근거로 실제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5장에 관계중독 테스트를 실

www.aladin.co.kr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에게도 퀸스갬빗과 같이 여러 문화 매체를 통해 기독교에 대한 오해가 쌓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오해를 풀어보고 싶으시다면 다음 글을 추천드립니다.

 

1.1 관점의 예술 (Perceptual Art)

1. 아래 이미지는 마이클 머피라는 예술가의 조형물입니다. 이 예술가는 어떤 이미지는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The following image is an art piece of Michael Murphy. What do you think this artist w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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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비과학적인 미신을 갖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과학적 사고가 아닌 '과학주의'라는 사상체계의 편견에 영향을 받으신 걸 수도 있습니다.
현대과학의 아버지들로 부를 수 있는 뉴턴(Issac Newton), 맥스웰(James Maxwell), 패러데이(Michael Faraday), 보일(Robert Boyle), 달튼(John Dalton)부터 아노 펜지어스(Arno Penzias) 와 같은 노벨상 과학분야 수상자들이 기독교인이라는 걸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런 분들에겐 옥스포드 수학자 존 레녹스 교수의 강의를 번역한 다음 글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과학과 신앙은 공존할 수 없나요? -존 레녹스 교수 강의(1부)(feat.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리차

오늘은 제가 참 좋아하는 학자/연사의 강의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산타클로스 같은 풍채에 유머와 따뜻한 마음을 겸비한 지성의 소유자, 옥스포드 대학 석좌 교수인 존 레녹스 박사입니다. 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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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핵융합 교수 이안 허친슨의 강의를 번역한 글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기독교가 과학의 발전을 막았다구요?! (1부) -MIT 이안 허친슨 교수가 말하는 과학주의(Scientism)-

지난 글에서 소개한 MIT 대학의 과학자 이안 허친슨(Ian H. Hutchinson)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어 그 강의를 글로 남겨봤습니다. 이안 허친슨 MIT 교수  지난 번 소개 했던 라이스 대학의 합성화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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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갬빗 그 뒷이야기 Behind Story